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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 탄핵 결정에 따른 이런저런 생각일상다반사 2017. 3. 11. 02:45반응형박근혜 前대통령 탄핵 결정에 따른 이런저런 생각
출처 : 심상정 트위터
8:0, 이것은 야구, 축구, 배구, 농구, 핸드볼 경기의 스코어가 아니었습니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20분, 역사적인 순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당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 8인 재판관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였습니다. 단 한 사람의 재판관도 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열리는 시간, 사무실에서 스마트 폰으로 라디오 방송을 들었습니다. “거의 판결문을 한 시간 동안 읽을 것이다.” “12시가 되어야 탄핵 인용이나 기각이 결정될 것이다.” 여러 추측이 많았지만, 단 20분 그리 지겹지 않은 시간에 탄핵이 선고되었습니다. 탄핵 인용 선고가 되자마자 사무실 이곳저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동안 대통령이 해온 세월호 뿐 아니라 국정농단의 사건들이 당연히 탄핵의 사유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했고, 나라가 정상화되고 적폐가 청산되려면 지금 대통령은 자격 없다. 물러나야 된다는 공통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탄핵 기념으로 평소엔 사내 식당을 향하던 발걸음들이 방향을 바꿔, 외식하러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133일 동안 19번,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 집회가 매 주말 열렸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부끄럽지만, 3번 참석하였습니다. 그래도 역사의 현장에 참여할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연인원 1,587만 명의 촛불에 제가 속해 있었습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은 대외적으로 보았을 때, 참 부끄럽고 망신스러운 사건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을 좀 먹던 친일 및 유신 잔재들을 몰아내는 상징적인 날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다시 태어날 수 있는, 후손들에게 떳떳한 세상을 물려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는 축제입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택하시고 사무엘 선지자에 의해 기름부음을 받은 이스라엘 초대 왕 사울 왕이 등장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였으나, 왕이 된 뒤 그 마음이 교만해져 하나님의 명령을 불순종하다가 결국 하나님의 영이 떠나게 되고, 버림받고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모든 권세는 위로부터 나온다고 하지요. 권세도 하나님이 주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 권세에 복종하라고 합니다. 박근혜 前대통령도 51.6%의 득표율로 최고 통수권자가 되고 권세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권세를 올바르게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권세를 주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청와대에서 우상 숭배를 하고 측근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나라의 기밀까지 유출시키며 가짜 대통령직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울 왕처럼 하나님이 권세를 빼앗아 버린 비참한 권력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앞으로 더 어떤 수치스러운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형편이 되어버렸습니다.
탄핵 심판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나라를 손에 붙들고 계셨으며 사랑하고 계셨음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은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건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셨지만, 대통령은 국민들의 아픔을 공감하거나 품을 줄 몰랐습니다. 반칙만을 썼습니다. 하나님도 우리 국민들을 위해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고 여기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탄핵 심판당하게 하셨고, 박근혜 탄핵 심판을 통해 다시 이 나라를 정의롭게 세워갈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우리는 민주 공화국을 구성하는 국민,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가장 작은 한 사람, 한 사람들이 모여 가장 큰 권력자를 내려오게 할 수 있는 이 힘, 이 힘이 바로 민주주의였습니다. 그 민주주의를 온 몸으로 이번에 경험해 보았습니다. 이제는 어떠한 권력자도 국민을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희망이 보입니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하여 그나마 대통령 직접 선거제를 쟁취하였습니다. 사실상,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그 때 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겨우 30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30살 한국의 젊은 민주주의가 촛불의 힘으로 진화했다는 평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음 대통령은 국민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자로 세워지면 좋겠습니다. 가장 낮은 한 사람의 의견까지도 존중하며,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대통령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탄핵심판 인용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간단한 성명을 읽어보았습니다.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바라보고 있다. ‘국민주권시대’라는 새로운 가치를 실현해 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최근 이명박, 박근혜, 두 번의 정권 동안, 비정상적으로 흘러왔던 이 나라가 제자리로 옮겨지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는 살기 좋은 세상이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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