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손창섭 리뷰
'비 오는 날'의 저자는 손창섭이다.
끝까지 소설을 읽어보았으나 머리에 남는게 없다. 사실 무슨 내용인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결말도 분명하지 않게 끝이 났다. 허무했다.
비는 일반적으로 우울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배경이 비극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소설은 40일간의 긴 장마, 6.25 전쟁 당시 피난지인 부산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우울한 느낌이 두 배가 된다.
주인공 원구는 비가 오는 날이면 동욱 남매를 생각한다. 비가 올 때, 동욱 남매의 집에 가서 같이 이야기를 하며, 함께했던 인연 때문에 비가 오면 동욱 남매를 생각하게 된다.
원구는 다 쓰러져가며 황폐한 동욱의 집을 방문하여 동욱과 그의 여동생 동옥을 만나게 된다. 동옥이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임을 우연히 알게된다. 처음에는 동옥이 원구를 경계하였지만, 원구가 동욱의 집을 방문하면 할수록 동옥의 태도는 원구에게 점점 밝아진다. 오빠인 동욱도 원구에게 자신의 동생 동옥과 결혼해 달라고 한다. 원구가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도 못하는 상황에 그 남매의 생계 수단인 초상화 그리는 일을 남매가 하지 못하게 된다. 급기야 여동생 동옥은 집 주인 할머니에게 큰 돈을 빌려주었다가 떼이게 되고 세들어 살던 집에서 마저 새주인 때문에 쫓겨나게 된다. 그리고 오빠인 동욱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동생에게 미처 알리지도 못하고 국민병이라는 신분증이 없어서 갑자기 군에 끌려가게 되고 여동생 동옥 마저 살던 집을 떠나게 된다. 원구가 나중에 동욱 남매의 집을 찾아가지만, 낯선 새주인이 그 집에 살고 있고 동욱 남매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게 된다. 그제서야 원구는 동욱 남매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음을 한탄하고 소극적이었던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전쟁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이 소설을 통하여 전쟁중의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조금 알 수 있게되었다. 아무런 희망없이 그저 시간만 보내며 하루벌어 하루먹고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전쟁 중의 사람들이 피난지에서 폐가와 다름 없는 집의 묘사를 통해 우리는 얼마나 궁전과 같은 집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감사할 수 있었다. 내가 만약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상상만하더라도 끔찍하다. 창틀에 유리창이 없어서 그저 비가 들이 닥치지 못하도록 가마니로 막아놓고 지붕을 통하여 방안에 비가 줄줄 새는데 양동이를 방안에 갖다 놓아 빗물을 받을 그 상황을 나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또 얼마나 먹고 살기가 막막하였는지 미군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도 알 수 없었다. 요즈음은 직업도 다양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살아갈 수 있는데, 전쟁 당시라서 입에 풀칠만 하면 다행이었나 보다. 이러한 상황인데 전쟁 중의 사람들이 어떤 희망이나 장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 소설의 배경이나 상황이 너무 우울하여 한참 꿈을 꾸며 장래를 설계할 우리들에게 왜 이 책이 추천도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같은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하더라도 전쟁의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책도 있을텐데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결말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동욱 남매가 어디로 갔는지 명확하게 나와 있지도 않았다. 동욱이는 군에 끌려갔을 것이라는 추측과 여동생 동옥은 어딘가에 가서라도 죽지는 않고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 뿐이다.
전쟁이 이렇게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뺏어가는 것이라면, 절대로 이 땅에서는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