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입대하는 날
오늘 20년 동안 곱게 키운 아들이 군대를 갔다.
2020. 6. 29(월)은 아들의 입대일이다. 아들은 이 날이 세상의 종말과 다름없는 날일 것이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면서 매일 늦게까지 늦잠을 자던 아들이 밤 10시면 취침을 해야하고 아침 6시면 싫어도 기상을 해야되는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어제 오후에 아들과 같이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밀었다. 머리가 생명이었던 아들인데 머리를 밋밋하게 밀고 나니 좀 더 듬직해 보였다. 이래서 군대에서는 머리를 깍고 오라고 하는 것 같다. 머리 스타일이 모두 똑같으니 누가누구인지 구분할 필요없고 어른스러워 보이니까 맘대로 굴릴 수 있어서......
이제 갓 어른이 된 아들과 같은 또래들이 아직도 이 나라에서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싫어도 입대를 해야만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내가 군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 내 아들 세대에서는 징병제가 없어지거나 바뀌겠지 했는데 30년이 지났는데 똑같다.
남과 북이 대치중이고 옆 나라 일본이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군대가 필수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세대에 무기가 전쟁을 하지 사람이 전쟁을 하나?
코로나 때문에 드리이브 쓰루 입영 등록을 했다. 부모와 아들이 같이 자동차를 타고 신병교육대를 한 바퀴 돌고 나오면서 입영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자동차가 신병교육대로 진입하면 마스크를 제공하여 바꿔쓰게 하고 문진표를 주고 작성을 하도록 했다.
어느 지점에 가니까 아들의 체온을 재고 불필요한 물건들은 부모에게 주라고 한다. 스마트폰, 담배, 라이터는 소지할 수 없다고 한다. 내 아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관계없지만 흡연자인 사람은 신병훈련기간 5주내내 담배를 필 수가 없다고 한다. 흡연자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몇 시간만 안피워도 담배 생각이 날텐데, 무려 5주내내 담배를 못피다니.......
30년 전 나의 입대일에는 2명의 친구들이 동행해 주었다. 일병 휴가 나온 친구, 군 면제 받은 친구 이 둘이 102보충대까지 함께 해 주었다. 평생 이 친구들이 고맙다. 30년 전에는 부모와 자녀, 친구, 애인 모두 입영자와 함께 연병장에 같이 있다가 시간이 되면 호루라기를 불어서 이별을 고하도록 했다. 작별의 포옹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 질병으로 드라이브 쓰루로 이동하여 입영자만 자동차에서 내리도록 하여 제대로된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한다. 포옹은 커녕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려고 했는데, 아들은 차에서 내리고 집결지로 이동하고 차는 앞으로 계속 가라고 하여 아들을 놓쳤다. 운전하느라 뒷 모습도 보지 못했다. 아쉬었다.
신병교육대는 51사단 전승 부대로 내가 살고 있는 인천과는 그리 멀지 않다. 자동차로 1시간 조금 덜 걸렸다. 가는 길에 긴장이 되었는지 비봉 휴게소에 들러 아들은 화장실을 다녀왔다.
이제 아들을 나라에 맡겨두고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을 나보다 더 그리워할 아내는 출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동생인 딸이 동행해 주어 고마웠다. 여자친구 하나 없는 아들인데......
집이 허전하다. 아들이 지냈던 방을 보니 아들의 냄새가 난다. 평소 같았으면 싫은 냄새일텐데 지금은 그립고 향기로운 냄새다. 오늘 입대시키고 막 집에 도착했는데 빨리 5주가 훅 지나갔으면 좋겠다.
힘든 훈련을 견디고 더 성장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5주 훈련기간 동안 힘들어도 잘 견디고 영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이 늘 곁에 같이 계심을 깨닫고 힘들때 마다 기도하며 버티고 성장하였으면 좋겠다.
근데 이 놈 안경을 안가지고 갔네....... 평소에 안경을 쓰지 않지만, 시력이 좋지 않아 사격은 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