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교 화학공학과 동문 산행 대회
저는 '88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상경하였습니다. 그 때는 정말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학을 다니며 공부하였으며 20대의 젊은 시절들을 지금의 20대들 보다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여유롭게 보냈던 좋은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의 후배 세대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한 미안함을 늘 갖고 있습니다.
물론 공부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 당시는 좋은 일자리, 다양한 취업의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현재 대학생들 만큼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아도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쉬웠습니다. 나름 축복받은 세대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통일 및 시대적 문제 때문에 시위에도 참가해 보았고, 운동권 이념 동아리에도 가입하여 이념 서적을 읽고 세미나도 여러 번 해보았습니다. 입대를 위해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하기도 하였고 제대 후 복학 등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1996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하여 현재까지 같은 직장을 17년 10개월째 다니고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지는 25년, 졸업한지는 17년이 지났습니다. 2006년 졸업한 학과의 설립 30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시작된 동문 산행 대회를 지금까지 연례 행사로 쭉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빠진 해도 있었지만 저는 대부분 해마다 참석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 산행 대회는 제가 속한 88학번이 주관하는 동문 산행 대회이기 때문에 후원금을 개별적으로 거두기로 하였습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학번이 행사비의 거의 반을 부담하기 때문에 산행 대회 전부터 동기들로부터 모금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입학 당시 40명 정원이었으나 중도에 학교를 포기하고 재수를 선택했던 친구들, 군 입대 후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난 친구,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긴 친구들, 입학 정원의 반 정도 밖에 연락이 되지 않은 상태였을 것입니다. 총무를 담당한 친구는 여기저기 전화도 많이 걸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많은 친구들이 협조하여 우리 학번의 모금액 목표였던 150만원을 채웠습니다. 시간이 허락지 않은 친구들 중에도 모금에는 선뜻 참여한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어떤 행사를 준비할 때 이렇게 협조적으로 참여하는 동기 기수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학번은 대 선배님들로 부터 단합이 잘 되는 학번으로 칭찬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행사 당일 청계산을 향하여 출발하였습니다. 살고 있는 곳과는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라서 아침 9시까지 도착하기 위하여 황금같은 토요일 아침이지만, 7시15분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같은 직장내 같은 건물에 입학 동기가 있기 때문에 부평구청역에서 만났습니다. 청계산을 가려면 분당선 청계산 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청계산 역에 내리니 안내하는 재학생이 있었습니다. 1차 집결 장소인 음식점의 위치를 안내받고 걸어가는 도중 곳곳에 재학생들이 졸업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하니 가장 먼저 참석하였다고 합니다. 곧 85학번 선배 한 분이 나타났습니다. 70년대 학번도 한 분 두 분 모이기 시작하였으며 같이 수업을 듣고 학교 생활을 했던 87, 89학번 선후배들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재학 당시의 얼굴들이 나이가 들어 늙어보일 뿐, 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등반 시간이 가까워 재학생, 졸업생 단체 사진을 찍고 산을 출발하였습니다. 오늘의 등산 코스는 아래 사진의 빨강선을 따라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재학생, 졸업생이 섞일 수 있도록 팀을 만들어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조를 편성하였습니다.
재학생&졸업생 단체사진
등산 코스
학과를 대표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학생회에서 학과 깃발을 가지고 왔습니다. 1조에서 깃발을 메고 먼저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서로 이름을 잘 모르기 때문에 목에 거는 명찰도 준비하였습니다.
청계산은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계단이 많았습니다. 후배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산을 올라야 하는데 제 성격상 이것 저것 물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열심히 산을 오르기만 하였습니다. 숨이 차오르고 땀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 뿐 아니라 제 동기들도 힘들어하여 중간에 쉬기로 하였습니다. 쉬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동기는 5명이 오늘 행사에 참석하였지만 2명은 체력이 좋아 먼저 올라가고 저를 포함하여 3명과 한 학번 후배2명 그리고 그 아들 이렇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폼은 완벽하게 등산가의 모습을 한 친구도 보이며 마치 히말라야 산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 친구도 보입니다.
당초에 생각했던 코스로는 성이 안차는지 학생들이 코스를 이탈하여 좀 더 정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나이 많으신 선배들을 생각해서 중간에 돌아가는 코스를 계획하였는데 어느덧 매바위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매바위
우리는 좀 더 힘을 내었습니다.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 드디어 매봉에 도착하였습니다. 매봉에서는 각 조별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학과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기도 하였습니다.
매봉에서
이제 내려가는 일이 남았습니다. 계단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모두 안전하게 하산하고 뒷풀이 장소인 식당에 모였습니다. 학생회 주관으로 참가한 졸업생 각 학번들을 소개하고 사회에 진출한 선배님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번 행사 주관이었던 우리 학번들은 특별히 한꺼번에 앞에 나가 한 사람씩 각자 소개를 하면서 모금한 금일봉을 학생회장에게 전달하였습니다.
맛있는 오리고기와 막걸리, 맥주 등으로 등산하느라 허기에 지친 몸을 보충하였습니다. 선후배가 함께 어울려 앉아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뒷풀이 자리가 무르익어져 갔습니다.
뒷풀이
저는 이번 산행에서 40대 중반의 나이로는 사회에서 감히 마주앉아 대화할 수 없는 13학번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어려움과 사회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40대 중반에 13학번 1994년 생들을 만날 기회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산행 대회를 통하여 이런 기회들이 주어지게 되고 이 기회를 통하여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 갈 꿈나무 학생들에게 좋은 축복의 말과 희망의 말을 전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2016년이 되면 학과 설립 40주년이 됩니다. 그 때까지 졸업생들은 각자의 회사와 일터에서, 재학생들은 학업에 최선을 다하여 모두가 더 훌륭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졸업한 선배들과 재학생들의 만남을 통하여 서로에게 힐링이 되는 유익한 산행 대회로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