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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년 결혼기념일과 아들 생일, 부평 지하 상가 발품팔다일상다반사 2014. 3. 28. 00:00반응형15주년 결혼기념일과 아들 생일, 부평 지하 상가 발품팔다
사진 출처 : 또치네집 (http://bada.tistory.com/721)
2014년 3월27일, 오늘은 전혀 다른 지역에서 살아왔고 이 땅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서로 몰랐을 저와 제 아내가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국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룬지 15주년이 되는 결혼기념일입니다. 15주년 결혼기념일을 수정혼(水晶婚) 또는 동혼(銅婚) 이라고 부릅니다. 그 기간을 맑고 빛나게 잘 견디어 왔다는 의미이며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여 동메달을 목에 거는 날이라고 합니다.
또 3월27일은 우리 가정에 경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 큰 아들, 지금은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지만, 이 아이가 우리 부부의 결혼 후 딱 1년 뒤 결혼기념일 바로 그 날에 태어났습니다. 참 묘하기도 합니다.
결혼기념일은 모든 부부에게 소중한 날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늘 큰 아이 생일과 같은 날이라서 15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 제대로 된 축하와 감사의 표현을 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예전과 다르게 아이 보다는 아내를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15년을 함께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참고 견디어 가며 두 아이들을 다 양육하고 이제는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맞벌이까지 하는 아내에게 좋은 선물로 놀래주고 싶었습니다.
마침 회사에서는 WoC(Workplace of Choice)라는 "일할 맛 나는 직장 만들기"를 위해 직원 자신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는 영화예매권을 선물하고 오전 근무 후 퇴근을 장려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선물을 D-day 전에 미리 준비해야 했지만,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았고 머리속에서 기념일을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선물에 대해서는 제가 무심했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올해는 15주년인데 뭔가 아내에게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오전 내내 들었습니다. 조기 퇴근하고 목걸이나 귀걸이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쳤습니다.
살고 있는 동네 부평 지하 상가를 돌아다녔습니다. 예산은 사실 웃으시겠지만 5만원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너무 몰랐던거죠. 어디서 5만원짜리 목걸이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지하 상가 돌아다니면서 쭈뼛쭈뼛하며 상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심플한 디자인의 목걸이 14K로는 15만원 정도 하더군요. 주머니에는 딸랑 5만원과 제 지갑에 있던 용돈 3만원, 도합 8만원이 모든 소유였습니다. 8만원 밖에 없어서 가격이 조금 저렴할 것 같은 귀걸이를 알아보았습니다. 귀걸이는 5만원대가 있더군요. 근데 이번에는 판매하는 상인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혹시 아내가 맘에 들지 않으면 교환이나 환불이 되는지 물어보았지만, 단돈 5만원 짜리를 무슨 환불이냐고 얘기하더군요. 깡시장이라서 환불은 어렵다는 거 이해하겠지만 5만원을 너무 단돈 취급하길래 기분이 상했습니다.
지하 상가는 은근히 신뢰감이 들지 않아, 광고의 환상인지는 모르겠지만 품격 있는 사람은 물건을 사도 백화점에서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근처의 L백화점을 방문했습니다. 백화점에서는 교환은 물론 1주일 이내에 환불도 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백화점의 문제는 역시 가격이었습니다. 은제품이 10만원 선에서 있더군요. 은제품을 살 바에는 차라리 지하 상가에서 14K 금 제품을 15만원에 사는 게 더 나아보였습니다. 일단 백화점은 가격 때문에 포기하고 다시 지하 상가에 발품을 팔았습니다.
몇 군데 천천히 구경하다 보니, 다행히 비싸보이지는 않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이 있었습니다. 제 아내는 화려한 것 보다는 단순한 귀금속을 좋아합니다. 14K 목걸이 가격을 물어 보았습니다. 10만원이라고 합니다. 이번엔 현금으로는 얼마까지 되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9만원까지 해 주겠다고 합니다. 제 모든 소유 8만원에서 만원이 부족하여 조금 있다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 길로 은행 ATM기에서 만원을 찾아 9만원을 주고 샀습니다. 아내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습니다. 깜짝 이벤트로 준비한 선물인데 맘에 들지 않으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아들 생일과 겹친 결혼 기념일, 저녁에는 빕스를 온 가족이 가서 스테이크를 먹고 샐러드바를 휩쓸고 다녔습니다. 불경기라고 하지만, 거의 좌석이 꽉찰 정도로 손님이 많았습니다. 식사를 어느 정도하고 디저트를 먹을 즈음 주머니에서 선물을 꺼내 아내에게 주었습니다. 아내는 받으면서 제 선물을 준비 못했다고 미안해 했습니다. 그치만 저는 별 상관없었습니다. 제가 특별히 갖고 싶었던 선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결혼 기념일은 남편 보다는 아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날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가 말합니다. 안 그래도 펜던트가 작은 목걸이를 갖고 싶었다고...... 아내의 말 한마디에 저는 만족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아내의 취향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핑크 빛 금색이 특이하여 핑크 골드 목걸이를 선택하여 선물했지만, 아내는 심플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금도 화이트 골드가 좋다고 합니다. 다음 결혼 기념일, 아니 이번 아내 생일에는 화이트 골드를 선택해야겠습니다.
우리 부부와 같은 날 결혼한 스타들을 Googling 해 보았습니다. 저와 같은 해 1999년에는 배구 선수 출신 김세진 감독이, 2000년에는 탤런트 채시라가 결혼을 했더군요.
결혼 기념일, 남편들은 아차하고 잊어버리지 않고,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는 날이기를 소원합니다. 우리 부부도 해마다 기념하며 서로 감사하는 날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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